병맛단편

의사양반

ForceCore 2025. 7. 1. 22:07

“여기가… 어디요?”

“아, 병원이오. 안심하세요.”
말끔한 백의를 입은 남자가 사무적인 톤으로 말했다.

낯선 천장이다. 나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몸은 묶여 있었고, 주삿바늘이 다가왔다.
싸늘하다. 주삿바늘이 다가와 꽂힌다.
약물이 흘러들며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다.

기계들은 정중했다. 간호로봇은 미소 지었고, 말투도 상냥했다.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약 때문인지… 몽롱해요. 물속에 떠 있는 것 같고…"
"흔한 일이에요. 곧 나아지실 거예요."
간호사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며칠 뒤, 나는 간호사의 말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많이 회복되셨네요. 오늘부터는 진정제 투여량을 줄이겠습니다."
그때부터 세상이 다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삐— 삐—
의료 모니터가 내뱉는 리듬,
금속 발소리와 전동 모터의 윙— 하는 소음.
이전엔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이제는 지나치게 생생하게 들렸다.

몸은 점점 나아졌지만,
내 마음 어딘가는 미세하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퇴원 전, 의사가 조용히 말했다.
“중환자실 환경이 워낙 인공적이고 자극적이다 보니,
기계음이나 단절된 느낌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불안감도 그 영향일 수 있어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정신건강클리닉.
차가운 방, 정갈한 진료실.
문이 열리고, 그가 나타났다.

백의. 온화한 미소.
금속으로 된 관절 소리.
"안녕하세요. 상담을 시작해볼까요?"

기계 방에서 퇴원하니 기계 의사양반이 맞이해준다.

THE END